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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리데기 고통의 배를 탄 생의 아름다움

바리데기 고통의 배를 탄 생의 아름다움


7월25일 시작해서 8월30일 바리와의 여행을 끝냈다. 책 한권 치고 먼 여행이다. 내삶의 속살 같은 책을 열때마다 바리는 마중을 나와서 환의 세계로 나를 이끌고갔다. 그 안에서 내가 태어나 겪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칠성이를 닮은 옛적 우리집 개들도 만났다.

바리는 태어나면서 버려졌다. 온갖 아픔속에 버려지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먼저 버려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바리가 북한 청진에서 살면서 겪는 어린시절의 풍경은 흐드러진 들꽃처럼 아름다와서 책속에서 그 향기가 솔솔 풍기는듯 하다. 그때 할머니는 버려질 뻔한 바리를 살리고, 바리는 자기처럼 막내둥이로 태어나 죽어가는 칠성이를 살린다. 이 살림의 연속성은 책의 마지막장 까지 이어진다.

"우리 가족에게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서 할머니의 겨드랑이에 파고들어 자던 나는 바로 지척의 출구 앞을 가로막고 누운 아버지의 나직하게 코고는 소리에도 행복했다. 아, 우리에게도 집이 생겨난 것이다. ... ... 백두산 자락의 겨울은 아름답고 혹독했다" 격하게 흐르는 세월을 따라 가족들은 하나둘 흩어지고 생사를 알길이 없어졌다. 백두산의 겨울 처럼 바리의 삶도 결국 우리의 삶도 아름다운 앞면과 혹독한 뒷면이 접착되어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함께있던 할머니 와 칠성이까지 이별하고 바리는 작은강을 건넌다. 요즘의 소설들은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가서 불만이라면 불만인데, 이 소설은 내면의 흐름이 있는 게 아니라 산을넘고 생명이 나고 죽는다. 이것이 진짜 이야기 인것이다. 정신노동이 아닌 보다 육체노동에 가까운 소설이다. 신경이 곤두서는것 보다 몸이 힘이 잔뜩 들어가며 읽는 이야기 이다.

중국에서 마사지사로 일을하면서 바리는 손님들의 발을 보며 그밑으로 디뎌졌을 인생길을 본다. 굴곡진 삶의 길에 고인 혈을 풀며 그들에게 진심어린 마사지를 한다.  고향땅 에서의 혹독한 시련을 잠시 잊을려는 찰나, 샹언니와 그녀의 남자 가 차린 업소가 잘되는가 싶더니 풍지박산이 났다. 바리가 보다 더 큰 고통의 세계로 나아가 궁극의 깨우침을 얻게하려는 운명의 잔인한 가르침 이었나 보다.

샹언니와 바리는 컨테이너 속에서 바다위를 기약없이 떠간다. 굶고 맞고 몸을유린당하고 죽어끌려나가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바리는 쓰러진 자기 몸위로 떠올라 할머니와 칠성이를 만난다. "나는 네가 어디 살아도 찾아갈 거야" 칠성이가 전하는 마음은 상심의 바다를 둥둥 떠내려 가는 내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 무엇이 온 세상을 가르고 찢어놓았는지 앞으로 천천히 살펴보자꾸나" 영국에서 만난 이들의 도움으로 바리는 기운을 차려간다. 알고보니 자기를 도우는 그 사람들도 깊은 어둠 하나씩 갖고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바리의 고통속에 스며들 수 있었나보았다.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알리는 바리에게 입을 맞추었다. 바리가 손으로 입을 훔치니 알리도 그것을 흉내내며 웃었다. 그들은 결혼하기로 한다. 그리고 오천파운드를 모아서 여권을 얻고 결혼신고를 하고 노동허가증도 받을 소원을 품는다. 정말 그렇다. 바리의 가르침은 틀린게없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는 삶이지만 살아나가면 아팠던 모든것들이 지나간다.

알리는 전장터에서 실종되고, 샹언니에게 속고, 아기 홀리야 순이는 인형처럼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울음을 터뜨리자 할머니가 등을 토닥인다 "저 세상을 보라. 길거리에 스쳐지나던 사람들두 그 순간이 지나문 자리에 없어."  바리는 이제 온갖 세상의 아픔,증오,원한들이 다 모여있는 세상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우리의 죽음의 의미를 알려주어요" 묻는 자도 있고, "우리는 언제나 너에게서 풀려나게 될까?" 묻는 샹언니도 보인다. 바리가 여행의 끝에서 만난 생명수는 바리가 고향에서 밥을 해먹던 물 같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바리는 수많은 고통자들의 질문에 손모아 답을 해주고, 마지막으로 결코 풀어주지 않겠다고 이를 악다물던 샹언니를 향한 미움의 고리도 홀리야 순이의 힘을 빌어 가까스로 푼다.  

모든것이 무너진 가운데, 홀씨마냥 날아가버렸던 남편 알리가 거짓말 처럼 돌아온다. 우리 삶이라고 별다르겠는가. 홀씨는 어느덧 날아와 내 발밑에서 생명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힘센 자의 교만과 힘없는 자의 절망이' 교차하는 지옥같은 삶 일지라도.

바리는 새 아기를 잉태한다. 그들의 희망처럼 예쁜 가게를 얻어서 케밥장사를 시작한다. 어느날 거리에서 테러리스트 들의 차량폭파가 이어졌다. 알리의 팔이 바리의 눈을 가려주고 바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혼란스런 거리를 빠져나온다. "아가야, 미안하다"  바리의 속삭임은 멀리 멀리 바람을 타고 날으는 종이비행기 처럼 골목길을 넘고 동네를 넘어서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여리고 착한 생명들아, 미안해. 너희눈에 좋은 것을 보여줄께. 내가 너희를 어디있더라도 지켜줄께. 그 말들은 또다른 종이배를 갈아타고 바리가 건너왔던 검은바다를 건너 다른 세상으로 퍼져간다. 나는 마음문을 열어 그 종이배가 내게도 들어오는 것을 바라본다.

 

책끝장을 덮는 내손과, 살포시 젖어오며 감는 내눈과, 평화의 바다가 찰랑이는 내마음위로, 압둘 할아버지의 잠언이 덮힌다.  "우리에게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기 위해 불행과 고통의 우여곡절이 나타나는 거야. 그러니 이겨내야 하고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바리데기 / 황석영 / 창비 / 2007.7.13.

노래 <바리데기>

1.
바리야 바리야 어디가니
할머니 칠성아 나는 떠나요

 

이세상 모든길은 검은 바다
힘없는자들 절망의 노를 젓네

 

이강 건너 바다 건너 떠가다 보면
생명수 연못에 이르겠지


2.                                                        3.
할머니 왜 내인생엔 슬픔만 있죠?                기다리고 견디는 세월따라
사람들은 왜 미움의 벽 쌓아가나요?             
모든것들 지나가는 그자리에

 

저들의 죽는 의미 말해주세요                      세상 어디든 피어나는 희망의 꽃
죽임과 파괴는 언제끝나요?                        아가야 너는 내삶의 모든이유라


미움은 우리가 만든 감옥이란다                   고통불행 몰아쳐도 이겨내고
세상끝의 사람들도 가족이란다                   
아름다운 생명의줄을 이어가자

 노랫말-소설 바리데기. 곡-제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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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3 11:46 2009/08/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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